발췌록
<서문>
불관용과 편협함, 그리고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력적인 행동은 그것 자체가 존경할 만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일반 논제다. 따라서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은 도그마엔 언제든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 자세와 모든 다양한 관점들에 공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차분하게 숙고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어느 정도 만연된 회의주의는 지적 원인보다는 사회적인 원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 주요 원인은 언제나 힘이 없는 것에 대한 위안이다. 힘을 가진 자들은 냉소적이지 않다. 자신들의 사상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제의 희생자들도 냉소적이지 않다. 그들은 증오로 가득 차 있으며 증오란 것은 다른 강한 열정들과 마찬가지로 부수적인 일련의 믿음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복종하는 사람들은 사고와 행동에 있어 창의력을 상실한다. 또한 저지당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생겨난 분노는 보다 약한 자들을 못살게 구는 데서 탈출구를 찾기 쉽다. 압제적 제도들이 자기 영속성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교육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하다. 공포를 불어넣고 즐거워하며 그 밖의 아무것도 고취시키지 못하는 데 만족해하는 사디스트적 규율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지식을 배울 때, 학생들은 지식의 공포를 습득하게 되며 영국의 상급 학생들의 경우 그것을 인간의 본성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권위적 교육에 의해 충분한 기초 훈련을 받은 증오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성의 몰락, 니체와 히틀러>
'숭고한' 인간은 인류의 목표다, '숭고하지 못한' 인간에겐 자신의 이익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교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현대판 공격의 정수다. / 기독교는 모든 인간에겐 불멸의 영혼이 있고 이 점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고 가르쳤다. 따라서 이른바 '인권'이란 개념은 기독교 교리를 발전시킨 데 불과했다. 또한 공리주의는 개인에게 절대적인 '권리'를 용인하진 않지만, 한 사람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행복에 동등한 비중을 두었다. 이렇게 해서 공리주의는 천부적 권리와 같은 수준의 민주주의에 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피히테는 정치적 캘빈주의와 마찬가지로 특정인들을 선민으로 골라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
정치에서 이성이 몰락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임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계층 및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능력 있고 힘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동체의 이해와 반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집단 히스테리들을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안전하게 유지하려 한다. 반공산주의, 외국 군사력에 대한 공포, 경쟁국에 대한 증오가 가장 두드러진 예이다.
'리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불교의 철학(한병철) (0) | 2022.04.27 |
---|---|
나는 지진이다(마르탱 파주) -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를 돕는 법에 대한 훌륭한 비유 (0) | 2022.04.26 |
백래시(2017[1991]) - 수전 팔루디 (0) | 2022.03.12 |